• 사망소재, 기계 파괴 주의
• 도검난무 MF 드림(히젠 타다히로×로제타 코메트)
• 도검남사×창작 츠쿠모가미(not 사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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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츠쿠모가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히젠을 맞이했다. 히젠은 그의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모르겠는 약해빠져 보이는 얼굴에, 쳐진 눈꼬리와 다채롭게 빛나는 인공 안구, 조금 덜떨어져 보이는 인상을 더해주는 백금발까지.
멍청해 보이게 생겼는데.
히젠에게는 그 츠쿠모가미가 기본적인 백치미를 가진 서양 여자의 모습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약 200년 좀 넘은 과거에, 그런 멍청한 서양 여자를 셀링포인트로 삼은 미디어 매체가 많이 나왔다는 걸 역사를 뛰어넘어 다니다 보니 알고 있었지만 그런 오래된 유행을 지금도 좋아하는 인간이 있나, 라며 속으로 불평을 내놓던 히젠은 눈앞의 그가 가끔 스쳐 지나가던 출장 사원임을 기억해 냈다.
“아, 당신 출장 사원이었나. 1863년 분큐 토사번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아니요, 지극히도 사적인 사정입니다.”
“뭐?”
“오직 저희 둘만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니, 당신만 호출했습니다. 히젠 타다히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유창하게 말을 늘어놓는 츠쿠모가미를 보며 히젠은 생각을 고쳤다.
‘이래 봬도 연구원이라는 거냐….’
귀찮은 듯 한 손으로 머리를 털며 제 앞의 연구 가운을 입은 여자에게로 향한 히젠은 당황스러움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쪽이 원하는 내 의견이라는 게 뭐지?”
히젠 타다히로가 제 얘기에 수락함을 안 츠쿠모가미는 눈꼬리를 휘며 미소 지었다. 그는 곧 보관함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오며 내밀었다.
“…이 도신이 무슨 검인지 아시겠습니까.”
“나잖아. 히젠 타다히로의 동소체인가?”
“맞습니다. 그리고, 이것 또한 봐주시겠습니까.”
그는 뒤돌아 뒤에 있던 커튼을 젖히고 어떤 기계 부품으로 보이는 것을 꺼냈다. 히젠은 그 틈을 타 커튼 뒤를 보기 위해 눈을 게슴츠레 떴고, 그 뒤에 있던 건 수많은 기계들이었다.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는데 저 깜박거리는 고철덩어리들을 그렇게나 놓고 있는 거야?’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은 채 히젠이 온갖 생각을 하는 사이, 그가 부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건 제 하드웨어입니다. 절 구성하는 물리적인 부품으로…”
“그래서 이게 어디에 들어가는 부품인데.”
“표면을 잘 봐주시겠어요? 절 구성하는 대표적인 합금보다는 조금 다른, 광물이랍니다.”
히젠은 말없이 직육면체 모양의 기계를 만지거나 뚫어져라 지켜봤다. 그리고 곧 기계의 표면이 고철 여러 개가 연결되어 울퉁불퉁한 모양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고철을 재활용하는 건가? 나름 친환경적이구만.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미처 녹다 만 고철에서 익숙한 하몬이 반기고 있다. 아까 전 본 동소체의 도신에서, 그리고 제 검에서도 있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히젠은 완전히 눈앞의 상대에 대한 인상을 고쳤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험악한 얼굴로 히젠은 따졌다.
“나로 실험하는 거냐?”
“…….”
“똑바로 대답해라. 안 그러면 곧 네 모가지를 따줄 거니까 말이다.”
“이건, 제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히젠 타다히로들에게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뭔데?”
“히젠 타다히로들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데, 그게! 네가 뭔데 다른 동소체들이 이걸 아무 생각 없이 넘겨주냐고.”
“……유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뭐….”
“… 당신은 정부의 히젠 타다히로 중, ■ 번째로 저와 마주한 개체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와 연인관계였던 수십여 자루의 히젠 타다히로들이, 저를 위해 남기고 간 것입니다.”
츠쿠모가미는 꽤 충격받은 듯한 히젠 타다히로를 보며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로제타 코메트. 시간정부의 출장위원이자 합금소재가 주 재료인 우주개발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무인탐사선들의 집합체… 곧 당신과 같은 츠쿠모가미입니다.”
“이번 만남은, 당신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불렀습니다. 저는 히젠 타다히로를, 당신을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담담히 말하는 로제타의 표정은 미소하나 볼 수 없었다. 하드웨어라면 분명 그동안의, 몇 십자루 치의 히젠 타다히로가 저 기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겠지. 히젠은 로제타의 낯빛을 보고 그가 탐사선 주제에 비규칙적이고 불안정한 궤도를 도는 것처럼 보였다.
“하. 그럼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히젠 타다히로’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그 질문 또한, 몇 번이고 들어왔습니다. 전 늘 같은 답변을 내놓았죠. 개별 개체인 당신과 도검 히젠 타다히로를 모두 사랑하는 것이라고. 제 부품 하나를 구성하는 모든 타다히로들이 각각 무엇을 하며 지내왔는지, 몇 번째였는지… 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로제타는 하드웨어를 껴안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들은 물건. 제가 탐사선의 본능을 이기지 못한 듯 그대들도 검의 본능을 우선하며 언젠가는 절 내버려 두고 멋대로 부서져 돌아오죠.
작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끝없이 우주공간을 떠도는 우주쓰레기가 될지언정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떤 개체의 당신이든 진심을 다하여 열렬히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부품을 구성하는 광물이 모두 당신으로 교체될 때까지 전 이 행위를 반복하겠지요.
인간들처럼, 무언가를 채우려는 듯이….
전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기계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당신이 되고 싶은 걸까요?”
히젠은 표정을 구기고 칼을 칼자루에서 반쯤 뽑았다. 저 여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짓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게 해 준다면 괜찮겠지. 히젠은 앞으로 다가가 로제타의 멱살을 잡았다.
“기분 더럽네, 젠장. 살인자의 칼에 불과한 나한테 그렇게까지 매달린다고. 너도 어지간히 제정신은 아닌 걸 알았다. … 하. 나도 이런 건 안 해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나’들은 널 어떻게 할 생각은 안 했냐?”
“… 히젠 타다히로가 제게 보이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저와 망설임 없이 함께한다, 꺼려했으나 결국 저와 함께한다, 또는 제게 연민을 한다. 그런, 3가지 패턴으로 나뉘었죠. 다른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정 많고, 상냥한 그대는 제게 손을 내밀어 줬습니다.
그러나… 다들 정형화된 행동양상을 보이면서도 각각 고유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전 그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대들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었지요. 동시에 그만둘 때를 정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부러웠습니다.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전 혼자 남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당신들’을 모으고, 당신 또한 영구적으로 존재하길 바라 절 구성하게 만들고….
히젠 타다히로, 그 쪽에서 보기에는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전 본능이 가로막아 추상적인 것은 추론할 수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로제타의 얘기를 전부 들은 히젠은 멱살을 놓고, 뽑으려던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이 부품 역할은 뭐지?”
“… 제 메모리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비휘발성 메모리로, 그동안의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보수는 이거로 한다. 그쪽 고민 해결해 주는 대가로.”
히젠은 망설임 없이 탐사선의 가슴 파츠를 양손으로 열어젖혔다. 합금이 끼익 거리며 소리 내다 곧 거칠게 뜯어졌다.
“이봐, 탐사선 양반. 그 전의 히젠 타다히로들은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던 거냐?”
“…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안 했다기보단 피한 거나 마찬가지인가. 그 자식들도 징하군….”
히젠은 그리 말하며 당당하게 로제타를 이루는 전선들을 헤집어 꺼내며 코어를 찾기 시작했다. 로제타는 사고 외의 선택지에 잠시 멈춰 히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이게 네 녀석이 바라던 거잖냐. 네가 지금까지 사랑해 오던 놈들이랑 같은 곳을 갈 수 있게 된 거에 기뻐해라.”
로제타는 전력 공급이 끊겨 기능이 저하되는 와중에도 히젠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했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불러오며 그의 심리를 읽었다. 어느 순간에 다다르자, 탐사선은 결론을 도출해 냈다.
"타다히로."
로제타는 마침내 미소 지으며 제 코어를 손에 쥔 그를 마주했다.
"앞으로 널 알아갈 수 없는 게 유감이군."
파삭, 소리를 내며 코어가 부서졌다. 탐사선은 어떤 계산도 응답도 하지 않았다.
히젠은 로제타의 "기억"만을 챙기고는 곧 탐사선의 방에서 나왔다.
***
“평화롭게도 지냈구만… 아, 여기 식당 맛있어 보이네.”
화면 안에는 다른 개체의 자신이 있었다. 평소 보여주지 않는 표정까지 드러내며 시점의 주인공에게 거칠지만 진심을 다해 대했다.
“다들 물러빠져서는. 이렇게 시시한 기억이었으면 받지 않을 걸 그랬어.
뭐, 데이트 한 번 정도는 하고 보내줄 걸 그랬나.”
고리타분하고 시시한 생각을 하며 히젠은 영상을 끄고 밥 한 술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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