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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aBu/히젠코멧

End. 초신성(超新星)

• 기계의 파괴소재 및 사망소재
• 도검난무 MF 드림 (히젠 타다히로×로제타 코메트)
• 도검남사×창작 츠쿠모가미(not 사니와)
• 정사가 아닌 분기점 엔딩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당신을 얽매고 있던 건 그 누구도, 무엇도 아닌 바로 저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무엇을 위해서….
괴로워함을 애써 무시해가며 제 만족감을 채우고 있던 걸까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험체가 심리적, 육체적으로 안전하며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당신이 꾸준히 고통에 빠져있는 한 제 연구는, 그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행하는 모든 것은 그 이유가 타당하며, 이것으로 당신을 자유롭게 해드릴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スプートニク 기체 손상 80% 진행, 원활한 클라우드 백업을 위해 전원 종료를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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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제 눈앞에 산산조각이 난 채 쓰러진 그녀를 애써 무시하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전부 환상일 거라고. 그녀는 기술자니까, 츠쿠모가미니까, 자신을 괴롭히려면 마음만 먹고도 할 수 있는 여자니까.
어렵게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장난이 지나친 거 아니냐?" 라고 말했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환각은 풀리지 않았다. 이건 현실이니까. 반 정도 남은 얼굴은 창백했고, 광채를 잃은 눈동자는 조용히 히젠을 응시했다.
심한 잡음과 함께 나지막이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매달리듯, 히젠은 상 하체가 완전히 분리된 '그녀'를, 기계를 품에 안고 나를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라, 놀래주려고 했다면 빌어먹을 정도로 성공했다, 어서 평소대로 짜증이 나는 그 미소를 보여달라며 호소했다.

로제타는 하나 더 깨달았다.
어쩌면 오판을 한 건 아니었을까, 하고.
분명 당신을 너무 닮아버린 탓이다.
아, 이제서야 나아갈 길이 보이다니... 참으로 인간 같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동력장치는 무차별적으로 전원을 종료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계산할 수가 없다. 타다히로는 이걸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나?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가능성은...끝없이 오판을 계산해내라고 마음속에서 울부짖었다. 시끄러운 계기판 소리가 날 압도하고, 그럼에도 타다히로에게 손을 뻗고 싶어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무한, 아마도 마지막 인사일 말을 그의 언어로 하지 못해 유감스러울 뿐.

—— .

로제타가 작동을 멈추고, 히젠은 제 품에서 더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세게 껴안아보지만 두 번 다시 미동은 없었다.
—— !
쾅, 하며 로제타의 상체가 바닥에 강하게 내려쳐 졌다. 그럼에도 외형에 어떤 손상도 없는 모습에 검은 절망하며 엎어져 울부짖었다.그녀가 홀로 무슨 다짐을 하며, 스스로를 뜯어냈는지 그로서는 알 턱이 없었으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고, 슬픔은 점점 원망과 분노로 변질했다. 그는 맨손으로 합금을 긁어내 보고, 때리고 내리쳤으나 여전히 자국은 나지 않고, 히젠의 손은 너덜거리며 잔 상처와 멍이 들었다. 왜 나를 두고 혼자 가느냐며, 작동을 멈춘 기계에게 퍼부어봤자 돌아오는 건 빈방에서 퍼지는 제 말소리였다. 히젠은 애처로운 신음을 내고, 손은 곧 목을 향해 움직였다.



***



정신을 차리면 익숙한, 예전에 봤던 난카이 선생의 방이었다.

"선생...?"
"아, 히젠 군. 안심해도 괜찮아. 그녀의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길래, 문을 열었더니 탈진한 히젠 군이 쓰러져 있는게 아니겠어."
"아..."
"치료는 해뒀으니..."
"로제타는."
"...우선은 네 상태가 우선이야. 수리실에서 꼬박 하루를 보냈어."
"선생, 나는 됐으니까."
"이제 와서 이름을 불러도 그 아이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히젠 군."
"아니, 선생. 내가 몇 번이나 부수려고 했는데도 실패했어. 그냥 배터리 문제일 거라고, 장난이, 조금, 많이..."
"히젠 군."

할 수 있는 건 그에게 현실을 마주 보게 하는 것뿐이었다. 분명 괴롭고, 힘든 일임에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애써 발버둥치며 히젠을 자신의 구속에서 풀어준 로제타 코메트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고, 쵸우손은 그리 생각했다.

"히젠 군, 로제타는 한계에 부딪혔어. 너를 더 고통에 빠지게 하기 전에 그녀 쪽에서 손을 먼저 쓴 거야. 그녀는 스스로 널 놓아주는 걸 택했어."
"그녀의 데이터를 추출해냈고, 거기서 알 수 있었지. 히젠 군, 로제타는 널..."
"그만 말해, 선생... 더 짜증 나니까, 그 여자가..."
"...괜찮아지면, 그녀가 네게 남긴 메시지를 읽어보도록 해. 나는 잠시 나갔다 올 테니."

문이 닫히고, 히젠은 오랫동안 얼굴을 이불에 파묻은 채 화면을 외면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신호를 알고 싶어서, 난카이가 틀고 간 화면의 재생버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다. 로제타의 눈에 미치는 엉망인 자신이 보였고, 곧 로제타의 파일 코딩에 그녀의 혼란스러운 독백이 보였다. 쉴 새 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고 메시지를 모두 치우며, 지금 이 화면을 언젠가 보게 될 자신을 위해 후회와 사과, 그리고... 끝없는 점과 선이 이어졌다. 길고 짧은 음이 나열된 컴퓨터 언어에 히젠은 그만 화면을 꺼버렸다.

비틀거리며 이불을 걷고 일어나, '로제타'였던 것을 모아 자루에 넣어 그것을 질질 끌며 쵸우손의 방에서 나갔다. 삽을 챙기고, 근처 뒷산에 깊숙이 들어가 기계처럼 땅을 팠다. 그녀의 신체를 맞춰 넣는 건 하지 않았다.

"날 버렸으니까 얌전히 가게 해주진 않을 거다."
위치를 알기 위해 무덤이라고 하기엔 뭣한 메운 땅에 표시를 해두고, 히젠은 발걸음을 돌렸다.


"히젠 군, 로제타 양은 어디 있지?"
돌아온 쵸우손은 보이지 않는 잔해에 히젠을 추궁했다. 히젠은 밥을 뜨며 대답했다.
"묻었어. 이젠 없잖아."
태연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 쵸우손은 뭔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알았어, 히젠 군. 그걸로 네가 나아진다면야."



***



그 뒤로 히젠은 출근을 하진 않았지만, 쵸우손의 일을 보조하는 식으로 침체하여 있지는 않았다. 쵸우손은 그런 그가 오히려 걱정되어 쉬라고 하였으나 히젠은 거부하며 밤을 새울 정도로 펜을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쵸우손이 달려오며 방문을 열었다.

"히젠 군!"
"뭐야, 선생. 파견 임무인가?"
"아니, 그게 아니야. 로제타 양이 남긴 컴퓨터 언어를 해석하는 데에 성공했어. 그녀가 코드에 함정이나 수를 써 놓아서 그나마 그녀를 잘 알던 내가 해석할 수 있었어."
"……그런 게 있었나. 아, 있었던 거 같기도."
"자, 화면에 띄웠으니 읽어보렴, 히젠 군."
"…칫."

첫 말은 안부인사였다. 자신의 언어로 보는 탐사선의 말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정교해서, 감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동안의 히젠을 향한 미안함, 감사함, 고마움, 열정이 전부 느껴지는 로제타의 다정한 말에 히젠의 붉은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타다히로.
—나는 언제나,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아.

로제타가 남긴 날 것의 감정은 히젠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간적이어서, 히젠의 손이 떨리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경련하는 듯한 모양이 되었다. 히끅거리며 가까스로 밀려온 감정을 눌러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꼴사납게 우는 자신을, 로제타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만 분명했다.

그 뒤로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내번복 차림으로 당장 방에서 뛰쳐나오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었음에도 힘을 실어 더욱 빠르게 뒷산을 향했다. 찾기 힘들게 대충 표시해놓은 땅을 겨우 발견하고, 미친 듯이 손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손톱에 흙이 꼈지만 상관하지 않고, 날카로운 돌부리가 손을 찔러도 괜찮았다. 그저 다시 한 번만 더, 아니, 같이 이 땅에서 존재할 수만 있다면야. 곧 딱딱한 합금이 살짝 보였다. 히젠은 웃으며 로제타를 꺼내 다시 제 품에 안아보았다.
기계는 꺼져 있었지만, 히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때 그녀가 제게 자주 해주던 그 따스한 웃음을 최선을 다해 지어보였다. 차가운 그녀를 안아들고, 히젠은 자신을 환히 비추는 해를 등지며 걸어나갔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로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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