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검난무 MF 드림(히젠 타다히로×로제타 코메트)
⚠️ 도검남사× 창작 츠쿠모가미(not 사니와)
⚠️ 현패 고등학생 에유(둘이 동갑)
계기는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평범한 고등학생 2학년 히젠 타다히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교 후 집에 서둘러 가기 위해 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그만 한 여학생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안부를 살피는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에 히젠은 고개를 들었다. 제 앞에는 자신보다 대략 10cm는 더 커 보이는 여자아이가 미안해하는 얼굴로 말을 걸고 있었다. 나름 귀엽다면 귀여운 인상이라고 히젠은 생각했다.
“아, 응. 괜찮은데.”
“여기, 폰 떨어트렸어요. 정말 미안해요, 저도 급하게 가느라….”
폰을 건네받으며 히젠의 손가락이 여학생의 손과 잠시 스치고, 그는 곧 소녀에게 흥미가 생겼다.
“어디 가는데.”
“무용 학원이요. 제가 발레를 해서…. 아, 혹시 폰에 문제 생기면 연락 주실래요?”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닌데. 너 어느 학교 다녀? 나 저기 ××역 주변에….”
과한 친절에 히젠은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며 폰을 켰다 꺼보고는 멀쩡하다고 거절했다. 대신 소녀에 대해 알고 싶어져 넌지시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아, 동갑이었구나. 저는 ×××× 고등학교 2학년 로제타 코메트예요.”
‘××××이면 명문고잖냐….’
히젠 타다히로는 소녀의 예의 바른 태도를 단번에 이해했다. 아가씨 학교까지는 아니지만 꽤 유명한 진학교라고 들었던 것 같았다.
“그나저나 편하게 말해라. 어차피 2학년 동갑인데.”
“그래도 될까? 어쨌든 나도 앞을 제대로 안 봤으니까, 사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괜찮다면 내 콩쿠르라도 보러 올래? 여기 팜플렛이랑 티켓.”
“오, 오우. 고맙다.”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 줘. 내 전화번호야.”
“으, 응.”
“아, 늦겠다. 미안해, 히젠 군. 나중에 또 보자.”
“어어….”
순식간에 로제타의 콩쿠르 티켓과 전화번호까지 받아버린 히젠은 멍하니 먼저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볼 뿐이었다. 그대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서, 멍한 상태로 씻고 나와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고민했다.
‘가야 하나…’
하지만 굳이 코메트가 호의와 사과의 의미를 보이고 준 것이니 차마 무시할 수는 없었다.
휴일, 결국 히젠은 아무 옷이나 걸쳐입고 대회 장소로 향했다. 남자 고등학생이 그냥 갈 곳은 아니었기에, 괜히 후드를 푹 쓰고는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참고 자리에 앉아 코메트의 무대를 기다렸다.
곧 로제타 코메트의 이름이 호명되고, 무용에 쓰일 곡의 이름도 같이 나왔다. 하지만 히젠은 ‘지젤’이 어떤 작품인지 몰랐기에, 그냥 예의상 코메트의 얼굴 정도만 보고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음악이 시작되고, 풍성한 도입부와 함께 웃으며 사뿐히 뛰어나오는 코메트의 모습에 히젠은 그대로 가려던 마음이 사그라졌다. 춤을 좋아하는 밝고 명랑한 아가씨를 연기하는 그에게 사로잡혀, 2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연기가 끝나고 인사하는 코메트를 보고 나서야 정신이 든 히젠은 자신이 여학생의 무용에 푹 빠졌다는 걸 자각하고 고개를 푹 숙이려 했지만, 아직 관객석이었기에 차마 그러지 못하고 대신 마른 세수를 몇 번이고 했다.
‘콩쿨 잘 봤다.’
히젠이 코메트에게 보낸 첫 메시지였다. 그는 나름대로 미사여구를 쓰려 몇 번이고 폰을 잡고 늘어져 타이핑을 했지만 어떻게 해도 이상해지는 문장과 창피함에 전부 지워버리고 남은 한 문장이 그것이었다. 1분 뒤 ‘읽음’표시가 뜨고, 곧 말줄임표가 보이더니 메시지가 왔다.
‘와줬었구나. 고마워, 히젠 군.’
‘별거 아냐. 춤 잘 추더라.’
‘그래? 다행이다. 못 추면 어쩌나 좀 걱정했는데.’
‘나중에 또 콩쿠르 있으면’
‘티켓 줘.’
히젠의 긍정적인 대답에 코메트는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응, 그럴게.’
그 후로 히젠 타다히로는 로제타 코메트의 조용한, 한 명뿐인 팬이 되었다. 히젠이 코메트에게 일정을 알려달라 하면, 곧 일정표가 왔다. 그러면 콩쿨 대회 티켓을 구해 보러 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둘의 학교가 조금 멀기도 했고, 서로 일정이 잘 맞물리지 않아 만나기는 힘들었지만 발레로 연결되어 그다지 섭섭하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히젠은 그의 무용을 더 이해하고 싶어져 아예 발레 영상이나 쓰이는 음악을 알아보기 시작하고 말았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의 비밀스러운 팬 활동이나 마찬가지였다.
몇 달 뒤, 가을 때에 열 번째 콩쿠르를 맞이한 코메트를 위해 히젠은 꽃집에 들러 장식된 다발들을 보기 시작했다.
‘다 예쁜데….’
그러나 곧 고등학생이 꽃다발을 사는 것은 너무 사치인데다, 코메트에게도 자신에게도 부담될 것이라 생각하여 꽃 한 송이를 골랐다. 무난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조심히 들고 히젠은 대회장 안에 들어갔다.
이번 무용도 아름답다는 생각뿐이었다. 힘껏 활짝 웃으며 깃털같이 가볍게 폴짝이고 돌며 춤추는 코메트가, 너무나도 빛나 보였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의 연기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대회가 끝나고 로제타는 문을 나가자 제 앞에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있는 히젠을 발견하고 웃음이 나왔다.
“기다려 준거야?”
“윽. 언제 나왔냐. 나온다면 미리 얘기를 해주든가.”
조심스레 다가가서 말을 걸자 놀라고는, 그리 말하며 얼굴을 붉히곤 뒷목을 긁는 그가 로제타의 눈엔 평소보다 이상해 보였다.
“왜 그래?”
“그러니까, 하…. …늘 보여줘서 고맙다, 코메트.”
내밀어 진 장미 한 송이는 활짝 피어있었다.
“…….”
히젠은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않았다. 로제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키 차이 때문에 자신이 숙여서 밑을 보지 않는 이상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조용히 꽃을 받아들였다.
“…히젠 군.”
고개 들어줄래? 라는 말에 겨우 숙인 머리를 드는 히젠은 제 앞의 얼굴을 멍하니 볼 뿐이었다.
로제타는 그 어떤 연기를 할 때보다 확연히 더 진심으로 볼을 붉히고 웃고 있었다. 계속 쳐다보자 아무래도 부끄러웠는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얘기했다.
“고마워, 그… 춤, 마음에 들어 해줘서.”
“… 춤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
로제타의 눈이 조금 커지며 히젠을 응시했다.
“…코메트.”
“응….”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돼.”
“응, 타다히로…. 나도, 그러니까….”
“알았어, 로제타.”
“……응.”
몇 분만 말없이 있던 히젠은 뒤돌아 자리를 뜨려 했다.
“자, 잠깐만.”
“왜, 왜.”
그의 팔을 붙잡은 로제타는 붉어진 얼굴로 얘기했다.
“다음 주 토요일, 시간 돼?”
히젠 타다히로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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