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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aBu/히젠코멧

아가미와 폐

⚠️ 도검난무 MF 드림(히젠 타다히로×로제타 코메트)
⚠️ 도검남사×창작 츠쿠모가미(not 사니와)
⚠️ 인어×인간 에유
⚠️ 인어 섭취 및 도축에 대한 내용 설명 포함
⚠️ 15세 이용가








조수석 자리였던, 지금은 수조인 그 안에는 수컷 인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인간 여자 한 명이 운전 중이었다. 인어는 이 상황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고 얌전히 실려가고 있었다.

불과 2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다. 팔아봤자 돈도 안 되는 소위 불량인어가 어망에 걸렸고, 어부들은 표정을 썩히며 처리에 곤란해하고 있었다. 최근 인어의 권리 논란이 불거지며 함부로 남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시미 칼을 들며 우선 식용이 가능한 다리 부분이라도 회를 뜨러 자리를 옮길지 고민하는 그들 곁에, 한 여성이 나타나고는 어망을 가리켜 저기 걸린 수컷이 얼마냐고 물었다. 어부는 상품가치도 없는 걸 사냐고 만류했지만, 연구복을 입은 그는 고액을 내면서까지 그 인어를 원했기에, 어부들은 손쉽게 처리할 방법이 생겼다 싶어 냉큼 어망째로 그에게 불량품을 넘기고 떠났다. 아마 그들에게 있어서 그 행동은 기묘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생태 연구학 박사 학위 보유 중인, 로제타 코메트에게 이런 경우는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늘 그렇게 어망이나 덫에 잘못 잡히는 인어나 보호종을 구조해 치료 후 간단한 회복 과정 및 생태 조사를 마친 다음 원래 살던 서식지에 풀어주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1종 소형트럭을 끌고와서는 운전석 바로 옆의 좌석을 고친, 이제는 이동 수조가 된 곳에 인어를 넣어 두고 익숙하게 시동을 두 세 번 걸더니 트럭을 몰고 인어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수조에 실려 갑자기 모르는 인간과 드라이브를 하게 된 인어, 히젠 타다히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이상한 눈으로 그녀를 봤다.
“야….”
“아, 좋아하는 노래 있어요? 없으면 그냥 제가 늘 듣는 거 틀게요. 이대로 가면 지루하거든요.”
그리 말한 로제타는 라디오 버튼을 눌렀고, 곧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무슨 악기를 쓰는지는 몰랐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히젠은 가만히 노래를 듣다, 2시간 후 인간의 말을 이해했다. 계속 차가 달리고 있음에도 도무지 거처에 다다르지 않는 것이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냐.”
“음, 20마일 정도요.”
“그게 얼마나 먼 건데.”
“먼 거 아니에요, 3-40분이면 가요.”
“어. 그럼 잔다.”
“네, 그러세요.”
곧 잠든 그를 로제타는 힐끗 보며 대강 상태를 유추했다.
비쩍 마르진 않았지만 갈비뼈가 대강 보일 정도였고, 탈진 상태보다는 긴장이 풀려 지친 것 같았다. 그것보다는 찢어진 지느러미의 치료가 우선이었다. 그 외에도 잔 상처나 미처 낫지 못하고 염증이 생긴 부분도 있었기에, 도착하면 시술부터 하기로 했다.
거처에 도착하자마자 실리콘 장갑부터 낀 로제타는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전신 소독실을 거친 후, 히젠을 손쉽게 들어 올리고는 개인 치료실로 옮겼다. 도구를 찾으며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히젠이 눈을 떴고, 동공이 작아지며 로제타의 손을 강하게 내쳤다.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기구 몇 개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게 아니에…”
“오면 죽여버린다.”
히젠을 안심시키려 물에 들어가려 했던 로제타는 그 말에 우뚝 선 채로 멈췄다. 극도로 심한 경계심, 인간 종을 향한 분노…. 몸만이 상처받은 것이 아님을 로제타는 알 수 있었다.
“…상처가 곪았어요.”
“흥, 썩은 살이나 먹고 병에 걸리든지.”
“안 먹어요.”
“거짓말하지 마라. 그렇게 안심시켜놓고 뒤에선 도축하는 거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렇군요. 인간들에게서 도망치면서 다친 상처였군요.”
“뭘 처 생각하고 자빠지고 있어…”
그러며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로제타를 향해 퍼부었다. 인간인 그로서는 당연히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욕설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의 경계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로제타는 자리를 옮기더니, 10분 뒤 철제 양동이를 들고 왔다.
“물고기는 드시나요?”
“…뭐?”
“배고플 시간 같아서요. 인어의 식사시간은 규칙적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틀렸다면 정정 부탁드려요.”
“…….”
히젠은 배를 곯고 있었으나 눈앞의 상대를 믿을 수 없었기에 멀리 떨어져 있었다. 로제타는 결국 무릎을 꿇고 앉아 생선 하나를 들고 말했다.
“독 안 들었어요. 봐요, 이거 오늘 산 거예요. 일부러 신선한 걸로 골랐는데, 제 사유재산으로 구입했다고요.”
일부러 손에 든 생선을 흔들며 자신이 이걸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몇 시간을 달려왔는지 강조하며 얘기했다. 히젠은 그 말은 하나도 귀에 들려오지 않았지만, 신선한 선도를 가진 그것이 풍기는 냄새에 이끌렸다.
“…빨리 내놔.”
히젠은 가까이 헤엄쳐 오더니 로제타의 손에 들린 생선을 잡아채고는 한입에 넣었다. 그러나 손만 한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양동이를 쓰러트리고 생선들을 전부 물에 빠뜨린 다음에야 만족하더니, 물에 깊이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로제타가 잠시 그를 기다리며 다른 일을 하는 중, 찰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딸그랑거리며 빠졌던 기구들이 놓이는 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
“……치료할 거면 빨리해라.”
“네, 그럴게요.”
로제타는 히젠을 들어 올리고는 염증이 생긴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열중하며 자신을 치료하는 그녀에게 어떤 마음을 느꼈는지는 모르나, 로제타의 묶은 머리를 가만히 보다 제 손에 올려보고는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 둘은 통성명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누었고, 히젠은 그제야 그가 왜 자신을 샀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동형 수조에 담겨 집을 구경하면서 합법적으로 기증받은 것이라지만, 가끔 적은 수의 인어 박제를 볼 때마다 기분이 미묘해졌다. 물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진실이 맞았기에 히젠은 그냥, 그 연구열이 보통 사람들보다 정도가 심하구나 싶었다. 몇 달을 연구원의 거처에서 지내며 제법 많은 걸 배우고 알게 되었으면서도, 정작 로제타 본인에 대해서는 알아낸 게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거리를 벌리는 이유를 어쩐지 알 것만 같아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달 뒤 꽤 회복한 히젠은 슬슬 회복실이 좁게 느껴졌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제게 인식 칩을 심고 그 외 인증 태그를 부착하며 이게 있다면 앞으로 잡힐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놓아주는 거냐.”
“…네. 자연에서 온 자들은 다시 그에 환원되어야 하니까요.”
“끝까지 맞는 말만 하는구만.”
“내일 방사 예정이에요. 수고했어요, 타다히로.”
“…어.”

“여기 맞죠?”
“어, 맞아.”
로제타는 이른 새벽부터 차를 몰고 히젠이 사는 곳에 다다랐다. 히젠을 조심스럽게 들어 바다에 놓아주고는, 잘 지내라고 작별인사를 하려 손을 들었다.
“안녕히 가세… 아.”
크게 물결이 치며 로제타는 히젠의 손에 끌려 바다에 들어갔다. 숨을 참고 어떻게든 물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히젠은 그를 세게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몸부림을 포기하고 견디다 거의 한계가 될 즈음에, 히젠은 로제타를 안은 채 수면 위로 올라갔다.

“콜록콜록… 타다히로, 왜 그러는 거예요.”
“네 녀석이 편히 자는 동안 난 한숨도 못 자고 결국 밤을 새워서 여기까지 왔어.”
“네, 그랬군요.”
“네, 그랬군요가 아니잖냐, 넌 날 열받게 하는 데 뭔가 있는 거 같다. 그것 보단, 멋대로 날 네 손에 길들여놓고 도로 내치지 마라, 진짜.”
“…네?”
“책임지라고, 나를.”
“아….”
아가미로 호흡하는 짐승은 폐로 호흡하는 짐승을 위해, 굳이 수면 위에 몸을 내밀고 입을 맞췄다.


“…….”
“…화났냐?”
“…….”
“…닥칠게.”
그날 히젠의 돌발적인 고백은 완벽히 통했다. 다만, 로제타는 단벌이었고, 히젠이 살던 바다에서 그의 집까지는 차로 총 4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말없이, 물에 젖은 쥐 꼴로 운전한 지 2시간이 지났다. 히젠은 앞으로 2시간 더 로제타의 눈치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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