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검난무 MF 드림(닛코 이치몬지×그람)
• 도검남사×창작 츠쿠모가미
• 신화적 내용 포함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닛코 이치몬지는 그람이 자주 드는 벌꿀주가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람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것인데다, 종종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의 술이었기에 제 위치를 잘 알고 있는 닛코는 그에 대해 감히 말을 놓지 않았다.
어느 날, 거처에 돌아온 그람의 얼굴이 밝지 않았고, 닛코는 술을 내어와 줄 수 있느냐는 그의 말에 마침 새로 구한 포도주가 있다며 시음해보라 하고는 테이블에 올렸다.
“포도주라.”
“벌꿀주가 다 떨어졌기에, 마침 저번에 구했던 포도주를 대신으로 삼아주시길.”
물론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벌꿀주는 여전히 벽장에 몇 병 정도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경황이 없던 그람은 숄을 벗어 근처에 던져버리고는 이를 받아들였다. 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우곤 한 번에 들이키는 용태를 보아 분명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닛코는 짐작했다. 평소 같으면 그의 푸념을 들어줄 생각이었지만, 오늘따라 닛코는 그가 포도주를 넘길 때마다 울컥거리는 목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입안이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부인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보고 있는가.
스스로 그렇게 자문하고 있었다. 의식은 존경할 자라고 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어떠한, 강렬하고도 타오르는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 사색을 단번에 깨듯, 그람이 알코올이 가득한 한숨을 내며 입을 열었다.
“닛코 아가는 말이지,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마는, 훤칠하게 생겼단 말이야. 그대의 얼굴만큼은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어.”
홍조가 불그스름하게 올라온 채 눈은 내리깔고, 포도주를 보며 넌지시 진심을 뱉어버린 그람은 닛코에게 있어서, 어떠한 방아쇠와도 같았다.
“부인.”
“음?”
“많이 취하신 듯합니다.”
실제로 그람은 열 병 넘게 포도주를 비우고 있었다. 비운다기보다는 해치운다에 가까웠고, 그는 확실히 평소보다 과음했다. 그러나 닛코의 말에도 기분이 들뜬 그람은 그저 웃었다.
“후후…. 이렇게 있으면 안 되는데, 언제 죽임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그대가 있으니 안심되어서 그만….”
“…….”
‘시구르드’, 북유럽 신화의 인간 영웅은 전쟁터에서 사망한 게 아닌 잠결에 죽임을 당했다고 말한 걸 닛코 이치몬지는 기억해냈다. 한 가문을 모신 거나 마찬가지인 부인이, 전 주인의 죽음을 기저에서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부인, 이제 그럴 일은 없습니다.”
닛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람에게 가 무릎을 꿇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는 취한 상황에서도 위로임을 알았는지, 실실 웃으며 닛코의 손을 승낙했다.
“그래… 그대는 정말…. 내가 그대와 비슷한 나이였다면 접근했을지도 몰라.”
그 말은 닛코 이치몬지를 짓누르던 방아쇠를 기어이 끌어당겼다.
“…지금은 안 되는 겁니까?”
“어….”
그람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닛코는 그와 시선을 맞추고, 한 손으로는 허리를 잡아 받치며 남은 손으로는 목을 끌어당겨 입을 겹쳤다. 짧은 15초간 닛코는 제 안에 그를 채웠다. 입에는 아직 포도주 향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그람은 상황을 보려 애썼지만, 아까 정신없이 마셔댄 포도주 10병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알코올에 이기지 못하고 그의 상체가 고꾸라지자 닛코는 그람을 안아 들고 침대에 옮겼다.
***
“포도주구나.”
“부인께서 이제부터 포도주를 올려달라 간청하셨기에.”
“그러니, 맛있어서 그랬나 보네….”
그 다음 날부터 테이블에는 벌꿀주 대신 포도주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람은 닛코 이치몬지에게 포도주를 올려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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